상상 속 ‘메타물질’ 만드는 새로운 접근법 나왔다
상상 속 ‘메타물질’ 만드는 새로운 접근법 나왔다
  • 최광민 기자
  • 승인 2019.05.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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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최원영 교수팀, 이번 연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메타물질 특성 갖는 금속-유기 골격체 합성 성공으로 충격파 흡수 재료나 센서, 인공근육 등으로 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 최원영 교수, 진은지 연구원, 이인성 연구원, 민승규 교수(사진:UNIST)
왼쪽부터 최원영 교수, 진은지 연구원, 이인성 연구원, 민승규 교수(사진:UNIST)

기존의 물질에서 발견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는 ‘메타물질(Metamaterials)’은 종종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응용 분야를 여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메타물질 중에는 ‘음성 푸아송 비(Negative Poisson's Ratio, NPR)’라는 특성을 가진 물질도 있는데. 이는 최근에서야 과학 및 공학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대부분은 압력이 주어진 방향과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팽창하려는 성질(Poisson’s ratio > 0)을 가진다. 반면 NPR 특성을 갖는 물질은 팽창하지 않고 오히려 수축하는 성질(Poisson's ratio < 0)을 보인다. 이런 독특한 물성 덕분에 NPR 물질은 충격파 흡수 재료나 센서, 인공근육 등으로 응용할 가능성이 높다.

NPR 특성은 물질을 이루는 구성성분이나 물질의 크기가 아닌 내부 구조가 결정한다. 따라서 다양한 크기의 물질에서 NPR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돼왔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MOFs)는 기계적 메타물질의 이상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특히, MOFs는 유·무기 합성물질로, 유기 리간드(Organic Ligand)와 금속 노드(Metal Node)의 자기조립을 통해 이뤄진 다공성 고체다. 이미 다양한 구성성분을 세밀하게 조정해 합성한 7만 개 이상의 MOFs가 보고돼 있다. 그러나 수많은 MOFs 중에서 자기조립을 통해 분자 수준에서 새로운 NPR 물질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국내연구진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최원영 교수팀은 금속과 유기물로 이뤄진 구멍이 많은 구조체인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합성하고 음성 푸아송 비(NPR)의 특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음성 푸아송 비를 가진 물질은 충격파 흡수 재료나 센서, 인공근육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라 이번 연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푸아송 비의 특성과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에 따라 변형되는 물질의 모식도: (A) 자연계의 대부분 물질이 가지는 형태(푸아송 비 &gt; 0). (B) 음성 푸아송 비를 가지는 물질의 형태(푸아송 비 &lt; 0). 이 경우 물질은 압력이 주어진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수축하고(아래), 반대로 당기면 수직 방향으로 팽창하게 된다(위).
푸아송 비의 특성과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에 따라 변형되는 물질의 모식도: (A) 자연계의 대부분 물질이 가지는 형태(푸아송 비 > 0). (B) 음성 푸아송 비를 가지는 물질의 형태(푸아송 비 < 0). 이 경우 물질은 압력이 주어진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수축하고(아래), 반대로 당기면 수직 방향으로 팽창하게 된다(위).

위에서 설명했듯이 ‘푸아송 비(Poisson's ratio)’는 물체에 힘을 더할 때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물체에 압력을 가했을 때 그 방향과 수직인 쪽으로 팽창하므로 푸아송 비를 계산할 수 있다. 몇몇 독특한 물질은 압력이 가해진 방향의 수직인 쪽으로 수축하는 특징을 보인다. 푸아송 비를 가진 물질과는 반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을 ‘음성(Negative) 푸아송 비’의 특성이라 한다.

새로운 금속-유기 골격체(MOF)인 UPF-1가 음성 푸아송 비의 특징을 가지는 원리: 직육면체 하나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루는 나노 케이지를 나타낸다. 이 직육면체의 꼭짓점을 공유하는 부분에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접히는 지점(Hinged point)이 있다. 이 지점은 외부 자극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유연성을 가지는 접히는 지점의 움직임에 따라 직육면체들이 회전하게 된다.
새로운 금속-유기 골격체(MOF)인 UPF-1가 음성 푸아송 비의 특징을 가지는 원리: 직육면체 하나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루는 나노 케이지를 나타낸다. 이 직육면체의 꼭짓점을 공유하는 부분에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접히는 지점(Hinged point)이 있다. 이 지점은 외부 자극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유연성을 가지는 접히는 지점의 움직임에 따라 직육면체들이 회전하게 된다.

기존 음성 푸아송 비의 특징을 가진 모델은 수학적 계산으로 연구됐다. 그 이후 다양한 모델을 기반으로 제올라이트나 고분자 등에서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을 확인했으며, 이 물질들은 다양한 구조적 특징을 보였는데 이 중에는 ‘내부 구조 배열이 회전(rotation)하는 형태’도 있었다. 최원영 교수팀은 이런 ‘회전 모델’을 유연한 고체 물질에서 구현해 음성 푸아송 비를 갖는 MOF를 합성한 것이다.

제1저자인 진은지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은 구성성분이나 크기가 아니라 내부 구조의 배열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을 갖는 회전 모델을 자기조립 고체 물질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과학부의 최원영 교수

최 교수팀은 새로 합성한 MOF(UPF-1)에서 음성 푸아송 비의 특징이 나타나는 원리도 규명했다. 이 물질에는 경첩처럼 접히는 구조(Hinged Point)가 있어 이를 중심으로 내부 구조의 배열이 변한다. 그 결과 회전 메커니즘을 토대로 물질이 수축·팽창하면서 음성 푸아송 비의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진은지 연구원은 “회전 모델을 가진 물질은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힌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내부 구조가 변하면서 빈틈없이 모이거나(수축), 힌지 포인트만 접촉한 채 모두 떨어진다(팽창)”며 “이번에 새로 합성한 UPF-1 또한 회전 모델을 기반으로 외부 자극(온도)에 따라 회전하면서 구조가 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제1저자 진은지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공동연구를 진행한 민승규 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UPF-1의 푸아송 비를 밀도함수이론(DFT)에 기반한 반-경험적(semi-empirical) 방법(DFTB)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UPF-1 구조는 압력이 주어진 방향에 수직 쪽으로 변화하면서 음성 푸아송 비의 값(-1)을 갖는 걸 확인했다. 이런 변화는 접히는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회전 모델’에 기반하고 있었다.

참고로 MOFs는 유기분자와 금속을 스스로 조립하게 유도해 합성한다. 다양한 금속과 유기분자를 선택해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공개된 MOF 구조가 7만여개에 이른다. 최원영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보고된 7만여 개의 금속-유기 골격체 중 특정 구조가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을 갖는 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라며 “다양한 구조에서 새로운 메타 물질의 등장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나명수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장우동 연세대 교수도 참여했으며, 이 내용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5월 10일(금)에 '쪽매 맞춤 육면체 타일을 기반한 변성형 기계적 메타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based on hinged cube tessellation as transformable mechanical metamaterial)' 제목으로 게재됐다.(논문 다운받기)

 

참고) 용어해설

메타물질(Metamaterial): 인공적으로 합성된 물질로서 자연계에서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크기보다 내부 구조에서 특성이 발현되는 게 특징이다. 즉, 물질을 이루는 구조의 배열과 패턴 등이 중요하게 작용해 기존에 나타나지 않던 물리적 특성을 만든다.

음성 푸아송 비(Negative Poisson’s ratio, NPR): 물체에 압력이 주어질 때 수축이나 팽창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v=et/el, et=transverse strain, el=longitudinal strain)이다. 물체가 수평 장력을 받으면 대부분 수직 방향으로 팽창하는 반면(v > 0), 몇몇 특정한 물질은 수직 방향으로 수축하는 특성(v < 0)을 보여준다. 이때 나타나는 계수를 ‘음성 푸아송 비’라 일컫는다.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을 갖는 물질은 메타물질의 한 종류로서 기존 자연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을 품고 있다. 음성 푸아송 비의 특성을 갖는 물질은 내부 구조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MOFs): 금속 노드(Metal Node)와 유기 리간드(Organic Ligand)를 기반으로 자기조립을 통해 합성되는 다공성 고체 물질이다. 금속 노드와 유기 리간드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구조로 설계하고 합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루는 구성성분의 특성에 따라 고체 물질에 유연성 (Flexibility)을 부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의 특성은 가스 흡착과 분리 및 기계적 특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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