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노동력 60~70% 감축 가능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화밖에 없다”

사진은 ABB의 유미(YuMi-II) 양팔 로봇(사진:본지 DB)

동유럽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동유럽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보도하면서 그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폴란드의 대형 가전업체 아미카(Amica)의 상황을 전했다.

아미카는 폴란드 중서부에 위치한 우론키(Wronki) 인근에 새로 건설한 공장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방 형무소와 100~200명의 죄를 고용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아미카의 고용계약은 2016년에 정부가 도입한 죄수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의 일환에 따른 것이지만, 동시에 동유럽 기업이 직면하는 노동력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인은 2000년대 일었던 해외이주 붐의 여파로 젊은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는데 기업의 인력 요구는 계속해서 왕성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업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4%를 밑돌고, 슬로바키아도 5.7%에 그친다. 특히 건설이나 소매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다. 체코의 구인비율은 유럽연합(EU) 평균의 2배를 넘는다. 비엔나국제경제연구소의 최근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이 앞으로 5년 이내에 노동력 부족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체코의 경우는 그 시점이 2년 이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일손 부족이 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업도 많다. 유럽 연합 통계국(Eurostat 또는 ESTAT)에 따르면, 7 ~9월에는 헝가리 산업계의 92.3%가 인력 부족으로 사업 전개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에서는 48.1%, 체코에서도 35.1%의 기업이 같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 예로, 올해 초 헝가리 북서부 도시 제르에 있는 독일 아우디 공장의 노동자가 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18%의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이 인상률은 동유럽의 노동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경영자에게는 골치 아픈 얘기다. 특히 소매, 운송, 건설 등 수익성이 낮은 산업에서는 임금 인상이 곧바로 수익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고정가격 계약이 많은 건설업계는 1년 전부터 인력 부족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도산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종을 울려 왔다.

동유럽 각국이 이민 수용을 늘리면 노동력 부족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그러나 2015~2016년에 발생한 유럽 이민 사태로 여전히 이민자 유입에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고 정치적으로도 외국인 노동자 영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00만 명이 넘은 우크라이나인을 받아들인 폴란드조차도 대부분은 6~9개월의 단기 취업 비자로 입국을 허가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몇 개월 후면 자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연수비용만 지불하는, 별 소득이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각국 정부는 최근 3년간 이주노동자에 대한 악감정만 부추긴 만큼 이민을 받아 않아도 되는 두 가지 정책으로 노동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은 노동 참가율과 출산율 향상이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인구증가 대책이 주효했다고 하더라도 신생아가 노동력으로 인정되기까지는 15년에서 2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또한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는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 참여율을 높일 여지가 있지만, 체코는 그것조차도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노동생산성의 향상이다. 이것은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어 동유럽 기업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미 실행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폴란드 최대 식품소매업체 유로캐시가 출자하는 온라인슈퍼 프리스코다. 이 회사가 수도 바르샤바 외곽에 신설한 창고에서는 상품을 가득 실은 바구니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연달아 고속으로 이동하고 로봇이 이 바구니에서 상품을 짐받이수레에 옮겨 실어 목적지로 가게 한다.

유로캐시(Eurocash)의 루이스 아마랄(luis amaral) CEO에 따르면, 자동화 설비의 도입으로 일정량의 주문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60~70% 줄일 수 있다. 그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화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유로캐시 이외에도 자동화 설비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많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7년에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 출하된 산업용 로봇 대수는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그래도 노동자 1인당 대수로는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훨씬 적다. 동유럽 각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조기에 개선 될 전망은 어둡다. 죄수 고용도 인원수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로봇 도입에 집중하는 이외는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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