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중국 최대 통신기기업체 화웨이는 자사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Mate X’를 정식 발표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차세대 이동통신규격 5G를 지원하는 이 폴더블폰의 중국 국내 판매가격은 1만6999 위안(약 260만 원)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와 모토로라의 ‘Razr’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의 폴더블폰 판매 소식이다.

‘Mate X’는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갤럭시폴드’와 함께 크게 주목받은 제품이다. 그러나 이후 눈에 띌만한 움직임도 없이 8개월이 흘러 정식 발표에 이르렀다. 오는 15일에는 중국에서 정식 판매를 개시한다. 화웨이는 초기 출하 물량을 소규모로 한정할 방침이다. 우선 시장 반응을 탐색하겠다는 뜻이다.

화웨이가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우선은 삼성전자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기술 전문매체 36Kr은 지적했다. ‘갤럭시폴드’는 당초 4월 26일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액정 결함으로 그 시기가 9월로 연기됐다.

이 액정 결함 문제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폴더블폰의 품질이나 실용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겨우 정식 발표에 이른 ‘Mate X’에도 문제는 있다.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중앙 부분이 약간 부풀어 오른 느낌을 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것은 폴더블폰이 직면하고 기술의 한계로 지적된다.

문제의 근원은 폴더블폰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데 있다. 현재 폴더블폰에는 디스플레이가 내측을 향하는 안쪽 접기와 디스플레이가 외측을 향하는 바깥쪽 접기 두 종류가 있다. 삼성전자는 안쪽 접기, 화웨이는 바깥쪽 접기를 채용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는 디스플레이, 힌지(hinge, 경첩) 회전축의 내구성 등의 향상이고 두 번째는 폴더블폰에 적합한 어플, 서비스 에코시스템(생태계)의 구축이다.

폴더블폰의 디스플레이는 10만 번 이상의 접기와 펼치기를 견뎌내는 내구성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이 테스트를 통과하는 디스플레이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선뜻 양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C넷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는 12만 번 접기와 펼치기를 한 후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힌지의 내구성도 난제의 하나다. 화웨이의 경우 힌지 설계에만 3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도 디스플레이의 결함이 발생하고 힌지 부분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 뿐 아니고 어플, 서비스 등의 최적화도 중요하다.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면 설령 기술적으로 이상적인 제품이라 해도 유저 익스피어리언스(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향상시킬 수 없다.

‘Mate X’의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독서나 지도, 게임에 최적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게임인 ‘honer of king’도 현장감이 넘치는 대화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 ‘Mate X’에 지원되는 어플이 적어 이용자 개개인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조사업체 가트너는 폴더블폰에는 ‘단말의 차별화’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일체화’라는 두 가지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폴더블폰은 단기간에 결정되지 않는 양산화는 논외로 해도 태블릿이나 PC 시장을 잠식하는 스마트폰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시랜드증권(Sealand Securities)은 “조건만 성숙되면 폴더블폰이 스마트폰의 주류가 될 것”이라며 “2020년이나 2021년까지는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갤럭시폴드’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 조사업체 IHS마켓은 2025년까지 폴더블폰의 출하량은 5000만장에 이르러 연평균성장률(CAGR)은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폴더블폰이 그 디자인적 매력에 유저 익스피어리언스도 커 장래성이 기대되는 상품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보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내년 5G 스마트폰의 판매대수는 1억대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갤럭시폴드’도 ‘Mate X’도 현재로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폴더블폰이 따뜻한 봄을 맞기까지, 삼성전자와 화웨이 두 회사가 지나 가야할 여정은 길다.

저작권자 © 인공지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