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규격인 ‘5G’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통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 5G의 실용화에 대해, 기상 전문가들이 “5G 통신으로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30% 감소해 1980년대 수준으로 퇴보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기술 전문매체 기가진이 29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5G대역으로 24GHz대를 할당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2019년 3월에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이 경매가 실시되기 전에 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진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NOAA와 NASA의 기상위성은 수증기를 관측하기 위해 23.6~24GHz 주파수에서 작동하는 ‘고성능 마이크로 측심기(AMSU)’라는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센서가 수증기 관측에 사용하는 주파수와 5G대역으로 할당된 24GHz대가 간섭할 위험성을 지적하고, 5G가 시작되면 기상위성의 데이터 수집과 전송이 크게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FCC는 NOAA와 NASA의 주장을 “기술적 근거가 없다”며 기각하고 24GHz대의 경매는 예정대로 실시되고, T- 모바일과 AT&T가 라이센스를 낙찰받았다.

그 후, 연구기관이나 기상 연구가들이 관심을 둔 사안이 인접하는 주파수대에 영향을 미치는 대역외 발사(out-of-band emission, 帶域外發射)의 제한이다. 대역외 발사가 작을수록 5G와 기상위성의 주파수대가 근접해 있어도 서로 간섭 위험은 낮아진다.

2019년 10월 28일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5G의 규제와 미래에 대해 결정하는 국제회의가 열려 전 세계 국가에서 3000여명의 관계자가 집결했다. 이 회의에서는 5G 대역외 발사 제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기상 연구가들은 보다 엄격한 제한이 설정될 것을 기대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대역외 발사를 -22dB 이하로 할 것을 요구했고, 유럽 당국과 세계기상기관은 더 엄격한 –55dB 이하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이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는 “2단계로 대역외 발사 제한”으로, 우선 2027년 9월까지 –33dB 이하로, 다음은 -39dB 이하로 대역외 발사를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 합의를 둘러싸고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기상학자인 죠단 거스(Jordan Gerth) 씨는 “미국의 주장보다 낮은 임계값에서 합의된 점은 환영해야하지만, 기상 데이터의 간섭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NOAA 연구원인 닐 야콥스(Neil Jacobs) 씨는 자신의 연구팀이 조사한 바로는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30% 하락하고 1980 년대 수준으로 퇴보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도 국제회의의 결과를 비판하고, 합의는 5G 응용프로그램이 기상 관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며,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CMWF는 “과학이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는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로 크게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NOAA는 5G에 의해 기상예측의 정확도가 나빠질 경우 다른 대체적인 관측 방법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지구의 해양 위에서만 수증기를 관측하면 육상에 설치돼 있는 5G 기기에 의한 간섭은 회피할 수 있다. 또 다른 옵션은 5G에 의해 손실된 기상 데이터를 복구하는 인공지능 접근법을 개발해 기상 예측의 정확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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