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구글 양자컴퓨터의 진짜 위력은?
[초점] 구글 양자컴퓨터의 진짜 위력은?
  • 권현주 기자
  • 승인 2019.12.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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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소자 53개로 반도체 소자 1경개 이상 장착한 슈퍼컴퓨터 처리 속도 현격히 능가한 것"
선다 피차이 (Sundar Pichai) 구글 CEO가 개발한 양자컴퓨터 옆에서(사진:구글)
선다 피차이 (Sundar Pichai) 구글 CEO가 개발한 양자컴퓨터 옆에서(사진:구글)

지난해 10월 구글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 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에서 1만년 걸리는 계산을 양자컴퓨터에서 200초에 실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뛰어넘었다는 식으로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대다수 매체가 간과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것은 양자컴퓨터가 ‘단지 53개의 소자로’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계산을 실행했다는 점이라고 과학전문지 닛케이사이언스는 지적하고, 양자컴퓨터에서 꼭 알아야 할 진짜 놀라운 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0.2입방미리미터(㎣)의 초전도 소자를 53개 나열한 양자 칩 ‘시카모어(sycamore)’ 1개로 이뤄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IBM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은 수만 개의 이미지처리 반도체(GPU)와 수천 개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 10페타(1페타는 1000조)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진 초대형 계산기로 소자 수는 메모리만으로 1경(京, 조의 1만 배)을 넘는다. 결국, 단지 53개인 양자 소자가 1경개 이상의 반도체 소자를 장착한 슈퍼컴퓨터를 현격한 속도 차이로 이긴 것이다.

이것이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놀라운 점이다. 실행한 것은 양자컴퓨터가 가장 잘하는 유형의 계산이어서, 양자컴퓨터 측에 유리했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물량의 차이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실이다. 분명,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 양자컴퓨터의 칩 ‘시카모어’(사진:구글)
구글 양자컴퓨터의 칩 ‘시카모어’(사진:구글)

단지 53개로 슈퍼컴퓨터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는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양자역학(量子力學)을 볼 필요가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물체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을 때는 상반되는 상태를 동시에 실현한다. 전자 1개는 오른쪽과 왼쪽에 동시에 존재하고 광자(光子) 1개는 이쪽과 저쪽으로 동시에 날아간다. 이것을 ‘상태 중첩’이라고 부른다. 양자소자는 이 중첩된 상태의 한쪽에서 1, 다른 한편으로 0을 나타내 양자의 ‘무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장치이다. 구글의 양자소자는 초전도 회로 안에 전자쌍이 ‘있다=1’과 ‘없다=0’이라는 2개의 상태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0과 1이 중첩된 소자끼리 상호 작용시키면 ‘양자 얽힘’이라는 관계가 되고, 중첩이 전체로 퍼져, 00, 01, 10, 11의 4 개의 데이터가 합쳐진다. 중첩되는 데이터의 수는 소자의 수와 함께 배증하는 방식으로 늘어난다. 53개를 양자 얽힘으로 하면 약 1경 가지의 데이터가 중첩되거나 그 정보량은 10페타바이트를 넘는다. 그러나 소자의 값을 읽으면 그 순간에 중첩은 사라지고 그냥 주사위를 굴리는 것처럼 중첩된 데이터의 무언가가 출현한다.

구글 AI 양자 하드웨어 실험실의 연구원 마리사 지우스티나(오른쪽)는 구글 임원들에게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를 소개한다. 왼쪽에는 저온 유지 장치에서 가장 차가운 부분과 바닥에 장착된 양자 하드웨어가 있다.(사진:구글)
구글 AI 양자 하드웨어 실험실의 연구원 마리사 지우스티나(오른쪽)는 구글 임원들에게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를 소개한다. 왼쪽에는 저온 유지 장치에서 가장 차가운 부분과 바닥에 장착된 양자 하드웨어가 있다.(사진:구글)

양자컴퓨터는 이 방대한 중첩을 메모리로 이용하고 있다. 소자의 무언가에 연산을 실시하면 중첩된 데이터 전부가 동시에 연산되고 결과가 각 데이터에 덮어써지게(overwrite) 된다. 이것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계산을 진행한다. 즉, 양자컴퓨터라 함은 한정된 수의 소자에 중첩으로 방대한 정보를 보존하고, 그것들을 동시병행으로 연산함으로써 계산에 필요한 연산의 횟수를 획기적으로 절약하는 컴퓨터인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의 연장이 아니다. 양자만이 지니는 새로운 자원을 사용해 고속으로 계산하는 기계이다. 이론적으로는 30년 전부터 예측됐지만, 이번에 그 위력이 처음으로 누구의 눈에도 보이는 형태로 밝혀졌다. “양자에 의한 계산의 폭발적인 가속이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의의가 크다”라고 양자컴퓨터 이론의 대가로 정평이 나있는 후지이 케이스케(藤井啓祐) 오사카대학 교수는 말한다.

구글 양자컴퓨터의 칩 ‘시카모어’  

양자컴퓨터의 엄청난 계산 능력은 실증됐지만, 이의 실용화는 다른 문제로,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첫째, 막대한 동시병렬 계산의 결과는 역시 중첩이 돼 있기 때문에, 보통으로 읽어 내면 무언가 하나를 남기고 이후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정보의 극히 일부를 읽어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은, 양자컴퓨터에 부합하는 문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재료의 시뮬레이션이나 암호해독의 열쇠가 되는 소인수분해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양자컴퓨터로는 그런 계산을 수행할 수 없다. 양자소자는 매우 약해 연산을 반복하는 중에 중첩이 계속 부서져 오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에서는 최대 1600번의 연산을 수행했지만 정답을 얻은 확률은 0.2%. 같은 계산을 100만번 반복(200초 소요)해 약 2000회 정답을 얻었다. 하지만 이 이상 계산을 계속하면 오류가 더 쌓여 정답이 보이지 않게 돼 버린다.

오류를 수정하면서 계산을 계속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실현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 연구자 대부분은 앞으로 2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그 최종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경이적인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계산을 계속해 나갈 수 없는 지금의 어중간한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뭔가 의미 있는 계산을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화학계산과 기계학습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대학이나 대형 IT 기업, 그리고 다수의 양자 벤처기업이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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