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를 사용하였더라도, 학습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레이블링하고 전처리하는 과정, 학습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추출하는 과정, 학습된 모델로부터 얻은 출력을 재가공하는 과정 등의 프로세스에서 특징적인 구성을 찾을 수 있다면, 물론 특허등록이 가능하다. 또 기존에 알려진 학습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학습 프로세스가 차별화될 수 있다면 특허등록이 가능하다.

특허법인 RPM 신인모 대표 변리사

필자, 신인모 변리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학부를 마치고 리앤목 특허법인에서 변리사를 시작으로 현재, 특허법인 RPM 대표 변리사, 동국대학교 공과대학 지식재산학과 겸임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매쉬업엔젤스’심사역으로 그리고 다양한 산업분야에 있는 인공지능(AI) 기업의 특허출원 및 컨설팅 업무를 장기간 수행해온 국내외 AI 분야 대표적인 전문 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편집자 주)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가에서도 정책적으로 인공지능 분야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인공지능 기업들이 생겨나고 성장하였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주요 사업분야로 하지 않는 많은 기업들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사업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특허출원이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출원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기존에는 미국의 특허건수가 더 많았으나, 최근 중국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출원을 진행하며 미국의 특허출원 건수를 따라잡거나, 혹은 추월하였다.

인공지능 특허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여 검색하는가에 따라 출원건수는 상이할 수 있어 양국 간의 우열을 잘라 말할 수는 없으나,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공지능 특허를 출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과 일본도 세계적으로 많은 출원건수를 자랑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특허의 범주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크게 보았을 때 특허출원 건수가 많은 기술분야로는 이미지 분석, 언어 이해, 상황이해 및 예측, 학습모델 및 학습방법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술발전의 수준 및 상용화 수준과 특허출원 건수는 그 궤를 같이하므로, 이러한 특허출원 동향은 실제 인공지능 기술 및 산업의 발전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이해할 수 있다.

수년 전, 딥러닝이 가져온 충격으로 인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개발과 특허출원이 급증하기 시작하던 때가 있었다. 필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인공지능 특허와 관련된 강의요청을 받고 있다. 강의를 요청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것이었다. 강의대상은 주로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 혹은 특허출원을 관리하는 사내 특허팀, 기술사업화팀 등이었다.

인공지능 특허에 대하여 그동안 많은 강의를 해 왔고, 질문들을 받으며 계속해서 고민을 해 왔지만,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인공지능 특허라 하여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특허는 소프트웨어 특허의 하위 분류일 뿐이다. 소프트웨어적 프로세스에 선행기술과 차별화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면 특허 출원 및 등록이 가능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인공지능 특허를 유독 어려워하는 이유는 아마도 인공지능 기술, 구체적으로는 딥러닝 기술이 가진 ‘블랙박스’ 특성과, 대부분의 개발과정에서 오픈소스가 사용된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기술이 단순히 오픈소스를 활용하였을 뿐 독창적인 내용이 없다면, 그리고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여 블랙박스에 입력하고, 그 출력을 그대로 이용할 뿐이라면, 이는 특허등록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기존에 알려진 기술들을 그대로 사용하였을 뿐인 기술에 대해 특허등록을 받을 수는 없다. 물론 기존 기술을 조금이라도 개량하였거나, 새로운 구성을 추가하였거나, 서로 다른 기술을 조합하여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였다면 특허등록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특허도 마찬가지이다.

오픈소스를 사용하였더라도, 학습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레이블링하고 전처리하는 과정, 학습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추출하는 과정, 학습된 모델로부터 얻은 출력을 재가공하는 과정 등의 프로세스에서 특징적인 구성을 찾을 수 있다면, 물론 특허등록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학습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학습 프로세스가 차별화될 수 있다면 특허등록이 가능하다.

물론 인공지능 특허가 갖는 실무상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허청에서도 인공지능 특허의 심사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허업무를 수행하는 변리사들도 특허출원시 해당 발명이 종래의 인공지능 기술들 대비 어떠한 점이 차별화되는지 잘 알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발명이 불필요하게 특정 모델이나 학습방법에 한정되지 않도록,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잘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허 실무자인 변리사가 알아야 할 내용이지, 특허를 출원하고자 하는 발명자가 알아야 할 내용은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공지능 특허는 그냥 소프트웨어 특허이다’ 라고 쉽게 생각하고, 종래 기술을 활용하되 어떤 부분을 개선하였는지를 잘 정리하면 된다. 해당 개선사항이 특허등록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은 특허 실무자인 변리사의 역할이다.

인공지능 특허와 관련하여 종종 받는 질문들 중에 안타까운 것은, ‘인공지능 기술은 특허를 받아도 침해적발이 어렵고, 회피가 용이하니 무의미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 인공지능 특허는 결국 소프트웨어 특허이고, 그렇다면 위 질문은 ‘소프트웨어 기술은 특허가 무의미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 된다. 실제로 이런 질문도 종종 받는 편이다. 특허 분쟁이 가장 활발한 미국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였을 때, 전체 특허분쟁의 절반 이상이 소프트웨어 특허와 관련된 것이라는 통계가 있으며, 실제로 소프트웨어 특허로 인한 거액의 배상판결도 다수 나오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에서도 소프트웨어 특허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인공지능 특허와 관련된 분쟁도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수년 전 애플이 시리(Siri)에 적용된 언어처리 기술에 대한 특허침해로 분쟁을 진행하던 중 약 300억원에 합의한 사례도 있다.

소프트웨어 특허 중에서도, 특히 인공지능 특허에 대해 침해적발이나 권리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이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이 가진 블랙박스 특성 때문일 것이다. 블랙박스 내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데, 특허로 권리보호가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발명의 특징이 블랙박스 자체에 있지 않다면, 블랙박스 부분은 당연히 특허의 권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경우, 위와 같은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특허를 다방면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록매체에 저장되지 않고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소프트웨어 자체를 특허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법이 올해 시행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침해적발’ 문제 역시 최근 개정된 특허법 제126조의 2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 로 인해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란, 특허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구체적 행위태양(즉, 구체적인 침해행위)을 부인하는 당사자가 자기의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하여 특허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특허, 그리고 소프트웨어 특허의 일종인 인공지능 특허는 기업의 기술과 사업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증가할 것이다. 물론 기술의 내용에 따라 특허가 아닌 노하우 및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고, 모든 특허가 강력한 권리보호가 가능한 것은 아니니, 특허 실무자인 변리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좋은 특허를 만들고,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전략을 잘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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