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본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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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인 치매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치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거의 없다. 임상 시험이 종종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환자에게 일단 증상이 발생하면 약물로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치매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으며 단지 기억력 등의 인지 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매우 초기 단계에서 개인의 병변을 예측하고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은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적절한 치료와 처방이 전문의의 핵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치매 조기 발견과 약물 개발에 최전선에 나선 것이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간단한 뇌 스캔을 통해 몇 년 전에 치매의 초기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는 혁신적인 연구결과들이 국내외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주대학교병원(원장 한상욱)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손상준·노현웅 교수팀과 미국 피츠버그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 의과대학 하워드 J. 아이젠스타인(Howard J. Aizenstein)·헬멧 카림(Helmet Karim) 교수팀이 주도하고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새로운 머신러닝 기반 뇌 연령 AI모델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손상준·노현웅 교수.
왼쪽부터)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손상준·노현웅 교수.

연구팀은 AI를 통해 치매를 미리 발견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연 것으로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를 통해 얻은 우리나라 650명의 뇌 MRI(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뇌 나이를 예측한 것으로 예측한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늙은 뇌’의 경우 2년 후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뇌에 비해 약 150% 높게 나타났다.

즉, AI를 통해 실제 나이보다 ‘늙은 뇌’을 찾아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치매는 뇌에 다양한 유형의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뇌 조직을 손상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이러한 단백질에는 뉴런 사이에 뭉쳐서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플라크(plaques)'를 형성하는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와 뉴런 내부에 축적되는 타우(tau)가 포함된다.

뇌의 분자 및 세포 변화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시작된다. 치매 진단에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두세 번의 병원 방문이 필요하며 다양한 CT, PET 및 MRI 스캔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치매의 조기 발견을 위해 널리 사용 중인 인지저하 예측 설문검사가 22%, MRI 측두엽 시각측정법이 57%인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예측 나이가 더 높은 경우, 치매 원인 중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리 소견인 아밀로이드 양성이 나올 확률도 약 25% 더 높았다.

즉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얻은 인공지능 예측 뇌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가 큰 경우 향후 치매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에 사용한 인공지능 모델은 손상준 교수와 Aizenstein·Karim 교수(Geriatric Psychiatry Neuroimage Lab)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것으로, 치매가 아닌 사람의 뇌 MRI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의 부위별 부피 변화 패턴을 통한 나이 예측에 대한 학습 결과를 사용했다.

이 모델에서 실제보다 나이가 많게 예측될 경우, 즉 아직 치매가 아니더라도 이미 퇴행성 뇌 질환의 부피 변화 패턴을 보이는 경우 향후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손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통한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치매 진행의 조기 예측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초고령화 사회와 함께 치매 환자의 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새로운 장을 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에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에서 뇌 연령의 증가를 확인한 독립 재현 연구: 인지기능 저하 예측(Independent replication of advanced brain age in mild cognitive impairment and dementia: detection of future cognitive dysfunction-아래)’이란 제목으로 지난 8월 16일 게재됐다.

또한, 연구는 뇌질환융합연구센터(센터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상면 교수) 및 연구중심병원(연구책임자 아주대학교병원 홍창형 교수) 지원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교실 박범희 교수와 영상의학교실 최진욱 교수 협력하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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