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검출광자 양자센서로 적외선 대역에서 고성능·저출력 정밀 광측정 성공...차원 구조 비파괴측정, 바이오 측정, 가스 조성 분석 등 활용 기대

(왼쪽부터) KAIST 물리학과 김은미 박사과정, KRISS 양자광학그룹 이선경 책임연구원, 박희수 그룹장(사진:KRISS. 이하)
(왼쪽부터) KAIST 물리학과 김은미 박사과정, KRISS 양자광학그룹 이선경 책임연구원, 박희수 그룹장(사진:KRISS. 이하)

양자기술은 아주 빠르고 저 전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수학 및 화학계산에서부터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컴퓨터보다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계산해 종전에는 그 답을 찾기 어려웠던 영역의 난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양자이론에서는 두 입자가 서로 ‘얽혀있다’고 하여 이를 일컬는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은 양자컴퓨팅, 양자암호화, 양자센서 등 양자기술 시대를 여는 양자역학에서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 양자기술연구소 양자광학그룹 박희수 그룹장이 주도하고 이선경 책임연구원, KAIST 물리학과 김은미 박사과정 등이 제1저자로 나선 연구팀이 양자 얽힘 현상을 이용해 적외선 영역의 변화를 가시광에서 측정할 수 있는 신개념 양자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그간 고품질 결과물을 얻기 어려웠던 적외선 광측정을 저비용·고성능으로 할 수 있게 됐다.

KRISS가 개발한 비검출광자 양자센서의 구조로 적외선 비검출 광자(아이들러)는 측정 대상에서 반사된 후 광원으로 되돌아와서 간섭신호를 만들고, 이 신호는 그와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가시광(시그널)의 간섭신호에 유도되어 검출된다.
KRISS가 개발한 비검출광자 양자센서의 구조로 적외선 비검출 광자(아이들러)는 측정 대상에서 반사된 후 광원으로 되돌아와서 간섭신호를 만들고, 이 신호는 그와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가시광(시그널)의 간섭신호에 유도되어 검출된다.

빛의 최소단위인 광자 입자 둘 이상이 양자 얽힘 현상으로 연결되면 거리와 관계없이 서로 연관된 양자 상태를 갖는다. 이번에 개발한 비검출광자(Undetected Photon) 양자센서는 이 양자 얽힘 현상을 만드는 두 개의 광원을 이용하는 원격 측정 센서다.

비검출광자란 측정대상에 도달했다가 돌아오는 광자를 말한다. 비검출광자 양자센서는 이 광자를 직접 측정하는 대신, 양자 얽힘에 의해 이와 한 쌍으로 얽혀 있는 다른 하나의 광자를 측정해 대상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다.

비검출광자를 이용한 양자센서는 최근 10여 년 사이 실현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의 기술로, 아직 성숙도가 낮아 세계적으로 활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KRISS가 개발한 비검출광자 양자센서의 차별점은 광측정장치의 핵심 요소인 광검출기와 간섭계다.

비검출 광자 양자센서를 위한 복합 간섭계 실험장치
비검출 광자 양자센서를 위한 복합 간섭계 실험장치

광검출기(Photodetector)는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출력하는 장치다. 기존 고성능 광검출기들의 활용 범위는 대체로 가시광 영역에 국한됐다. 적외선 영역의 파장은 다양한 분야의 측정에 유용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검출기가 없거나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이번 성과는 가시광 검출기를 이용해 적외선 대역에서 빛의 상태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고비용·고전력소모 장비 없이도 효율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3차원 구조물의 비파괴 측정, 바이오 측정, 가스 조성 분석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다.

정밀 광측정의 또다른 기본 요소인 간섭계는 여러 개의 경로로 갈라진 빛을 합치면서 신호를 얻는 장치다. 기존의 비검출광자 양자센서는 빛의 경로가 단순한 마이켈슨 간섭계를 주로 사용해 측정할 수 있는 대상에 한계가 있었다. KRISS가 개발한 센서는 측정대상에 따라 빛의 경로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복합 간섭계를 채택해 확장성이 대폭 향상됐다. 측정대상의 크기나 모양에 맞춰 센서를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 적용하기 유리하다.

연구진이 복합 간섭계 실험장치의 펌프 레이저와 함께 광정렬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진이 복합 간섭계 실험장치의 펌프 레이저와 함께 광정렬을 수행하고 있다

KRISS 양자광학그룹은 양자센서의 핵심 성능지표를 결정짓는 요소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제시하고 복합 간섭계를 이용해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해냈다. 연구진은 적외선 대역의 빛을 3차원 구조의 측정 샘플에 반사시킨 후 양자 얽힘으로 연결된 가시광 대역의 광자를 측정해 샘플의 깊이와 너비를 포함한 이미지를 얻어냈다. 3차원 적외선 이미지를 가시광 측정으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박희수 KRISS 양자광학그룹장은 “이번 성과는 양자광학 원리를 이용해 기존 광학 센서의 측정 한계를 돌파한 사례”라며 “센서의 측정시간을 단축하고 분해능을 높여 실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KRISS가 주도해 KAIST 물리학과의 협력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퀀텀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 2024년 1월호에 하이브리드 간섭계를 이용한 양자 광학 유도-간섭 단층 촬영(Quantum Optical Induced-Coherence Tomography by a Hybrid Interferometer-다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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